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다. 모든 영역에서 서울 지향적이며 중앙 지향적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요즘 젊은 기자 지망생들은 중앙일간지, 방송사 쪽에만 관심을 가진다. 지역신문 같은 소규모 언론사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사회적 지위, 명예, 보수 쪽으로 봐도 지역신문의 처지는 중앙 언론사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지방분권이 화두가 되었지만, 지방은 여전히 여러 가지 면에서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인적 자원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곳이 언론사다. 그래서 빈익빈 부익부의 원칙이 철저히 적용된다. 지역신문은 근무조건이 매우 열악하다. 일이 많아 힘든데, 월급은 적다. 이뿐만이겠는가. 회사의 경제적 토대가 취약하고 전망도 불투명해서 도무지 고급 인력이 찾아오질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학생운동이 퇴조하면서, 사명감 하나만으로 지역 사회를 위해 헌신하려는 사람들도 거의 없어진 상태다. 한마디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에 처한 것이다.
기사의 질은 기자의 능력에 의해 정해지는데, 대부분의 지역신문 기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경력이 쌓이면 더 영향력 있고 처우가 좋은 중앙매체로 이동한다. 그 자리를 초보 기자들이 채우면서 성장과 발전이 정체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지역신문이 여전히 건강함을 잃지 않고 언론계에 뿌리내리고 있는 이유는 바로 지역신문이 철저한 편집권 독립을 통해 기자들 본연의 역할을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신문 활성화는 언론 개혁의 또 다른 길이다. 물론 기존 언론의 구태를 답습하는 지역신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지역신문이 철저한 참여 민주주의 속에 지역 공동체 정신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 하나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역신문의 강점은 중앙의 관점이 아닌, 지역의 관점에서 주민 한 명 한 명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가치를 찾아 나간다는 사실이다.
이런 지역신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통찰력, 취재 능력 등 일반적인 기자의 자질 외에 지역신문 기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 또 있다. 그것은 바로 지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다. 조금 어렵게 말하면, 참여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지방자치에 대한 확고한 소신이다. 단순한 사건 위주 취재만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우리 지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사명감으로 글을 써야 한다. 그래야 꽁무니만을 뒤쫓는 기사가 아닌 미래 지향적이며 대안을 제시하는 비판 기사를 생산할 수 있고, 지역 사회에서 ‘의제’를 주도하는 언론인으로서의 능력도 갖추게 된다.
많은 지역 신문사가 경제적인 이유로 인재를 육성하고 관리하는 데 소홀한 면이 있다. 단순한 돈벌이 직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원봉사 단체도 아니기 때문에 기자들은 헌신하는 마음으로, 회사는 인재를 키우고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서로 협력할 때 비로소 전국에 있는 ‘작은 언론’이 우리 언론계에 큰 기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내내 무주신문이 생각났다. 장래 기자를 꿈꾸고 있기에 고등학교 시절, 무주신문 학생기자단으로 열심히 활동하며, 칼럼도 몇 차례 기고하기도 했다. ‘무주신문모니터단’에 소속돼 1주일에 1번씩 무주신문을 보면서 비문이나 오탈자 찾기, 또는 의견쓰기 활동도 해왔었다. 이런 경험들이 지역의 구석구석에 힘써주는 ‘무주신문’이라는 존재에 대한 많은 애착을 갖게 했다.
무주신문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에도 관심을 가져왔다. 지역신문은 재정난이 가장 큰 문제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무주신문이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 대상사’로 선정됐다는 기사를 몇 달 전에 봤다. 기쁘고 자랑스럽다. 이번 선정으로 다양한 지원을 받게 돼, 우리 지역 학생들이 ‘NIE용 신문’을 제공받고 ‘동아리신문만들기 대회’를 이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또, 다양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기자분들에게 자질 향상의 기회도 제공해준다니, ‘작은 언론, 큰 희망’이라는 지역신문의 타이틀에 맞게 무주신문이 날로 빛나길 소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