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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훈 경장 (경기 용인동부경찰서 학교폭력전담경찰관) |
2024년 학교폭력 대응을 위한 제도가 크게 바뀌었다.
2023년 12월, 행정안정부와 경찰청이 학교폭력 사건 조사와 처리 절차를 새롭게 정립하여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를 도입하고 기존의 학교폭력전담경찰관(SPO, School Police Officer)인원도 10%가량 증원하면서 부터다.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는 학교폭력 발생 시 먼저 담당 선생님이 사안을 간단히 조사한 후 교육지원청에 보고하고, 교육지원청은 이에 대응하여 학교폭력제로센터의 조사관을 학교로 배정하게 된다.
이들은 학교를 방문하여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와 면담, 증거자료 수집을 진행한 후 보고서를 작성하여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제출하고, 학교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를 요청하게 된다.
이 제도는 교원의 업무 과중과 전문성 부족 문제를 고려하여, 사안 처리 절차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갖춘 학교폭력 전문 전직 교사나 전직 경찰관이 조사관이 되어 학교폭력 사안을 담당하게 된다.
전담 조사관은 지난해의 학교폭력 건수를 고려하여 177개 교육지원청에 약 2700명이 배치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조사와 대응이 더욱 공정하고 전문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학교폭력 처리 절차 개선의 또 다른 방안으로 현재 운영 중인 학교전담경찰관의 인원을 늘리고 그 역할도 강화했다. SPO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2012년에 도입되어 학교폭력 예방과 피해 학생 지원, 가해 학생 선도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올해부터 SPO는 정원을 10%가량 늘린 1,127명 규모로 운영되며, 기존의 역할에서 전담 조사관 지원 및 자문 등으로 역할이 확대된다. 최근 학교폭력의 양상이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학교 현장에서 활동하시는 SPO의 역할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SPO의 학교전담경찰관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전담조사관제도가 도입되고 현장에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허수훈 경장을 만나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 본인 소개와 학교전담경찰관(SPO) 업무와 역할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용인동부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SPO) 허수훈 경장입니다. 용인 소재 학교의 학교폭력 업무와 청소년 선도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학교전담경찰관(SPO)은 말 그대로 학교폭력에 관련된 업무와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이나 사후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학교 밖 청소년’, ‘가정 밖 청소년’ 등의 위기 청소년들을 다시 학교나 집으로 되돌아갈 수 있게 지원하고, 그런 친구들을 올바른 길로 갈 수 있게끔 유도합니다. 또한 소년범이라고 해서 청소년들이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 이러한 청소년들을 관리하고 앞으로 재범을 하지 않도록 시설에 연계해주는 일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 2024년 SPO 활동이 기존과 달라졌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느끼시는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작년까지만 해도 용인동부경찰서 관할 학교가 121개로 전국에서 제일 많았습니다. SPO 7명이 근무를 했는데, 1인당 20개 정도의 학교를 돌봐야 해서 혼자서 담당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올해는 SPO 인원이 증원되어 1인당 관리 학교는 15개로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 SPO로써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
요즘은 학교폭력의 80% 이상이 카톡방이나 온라인 메신저를 이용하고, 그 안에서 사이버 폭력이 일어납니다. 폭력의 경우 아이들이 예전처럼 그냥 때리기만 하고 끝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그걸 촬영하고, 그 자리에 없던 아이들까지 다 공유합니다. 이렇게 사이버상으로 일어나는 학교폭력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저희가 신속하게 현장을 나가도 수습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소셜 미디어로 워낙 빨리 배포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을 일일이 만나서 추적을 해야 되다 보니 SPO들의 수고도 많고, 온라인상으로 퍼지기 시작하면 하나하나 추적하기 힘든 점이 많습니다.
▶ 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하면서 느낀 점은?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1년에 한 번이나, 한 학기에 한 번 하는 경우도 있고, 학교마다 다르지만 경찰관이나 외부강사를 초빙해 예방 교육을 실시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강당에서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것보다 직접 반마다 들어가서 아이들 눈을 직접 보면서 소통하고, 실제 있었던 사례를 얘기를 해주면 아이들이 공감을 많이 하고 느끼는 게 많았습니다.
할 수 있다면 학생들과 좀 더 여러 번 만나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 학교폭력 피해자 학생들에게는 어떠한 지원을 해주는지?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친구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들이 많고, 사회성이 부족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친구들을 위해 대안학교를 연계시켜주고 있습니다.
저희 관내는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국립중앙디딤센터’라는 학교가 있습니다. 이곳은 전국에서 친구들끼리 교류가 안 되거나 대인관계가 조금 어려운 친구들에게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숙사형 치유학교입니다.
실제로 불안, 우울 등 심리 정서 문제와 학교폭력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폭력 피해 중 성폭력 범죄 피해자에 대해서는 저희가 안전조치를 위해 집주변 순찰 등의 추가적인 지원도 해주고 있습니다.
▶ 올해부터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를 도입했는데, 현장에서 직접 학교폭력을 다루면서 새로운 제도에 대한 생각은?
작년까지만 해도 학교 선생님들이 학교 업무 외에 추가적으로 학교폭력 책임 교사를 맡고 계셨는데,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선생님들은 수업도 챙기고 따로 시간 내서 사안조사도 따로 해야 되다 보니, 솔직히 저희 SPO와 정보를 공유하는데 시간이 늦어지고 소통이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빨리 학교와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도 이런 이유로 지체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올해부터 전담 조사관으로 바뀌고 나서 학교폭력 발생 시 전담관과 저희가 정보를 바로 공유할 수 있는 점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 신속하고 집중적으로 조사를 하다 보니까 오히려 더 깊게까지 파악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조사에 집중하려 해도 학부모님들의 개입으로 지체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전담 조사관이 나서서 학교에서 집중하지 못했던 것들을 전담해 주실 것 같습니다.
▶ 학교폭력 처리 절차와 관련해 현장에서는 발생하는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학교는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저희 SPO한테 먼저 학교폭력 신고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수사를 위해 저희가 학생이나 학부모의 정보를 알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학교는 개인정보 공유에 대해 민감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보를 얻기가 많이 어려웠습니다.
정보는 수사사항으로만 필요한 것들인데도 공유하는 것이 힘들어 학교폭력 대응에 있어서 한계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위에서 말씀드린 것 같이 조사관 제도가 좀 생기면서 상황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학부모들의 협조와 지원이 절실합니다. 자녀와의 소통을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학교와의 소통을 통해 학생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현장에서 직접 학교폭력을 다루는 입장에서 정부 및 교육기관의 학교폭력 대응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올해 SPO 인원들도 늘어나고, 전담조사관 제도가 새롭게 생기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추가적인 것을 제안하기보다는, 올해 새롭게 바뀐 학교폭력 대응 방안에 대해 우리 SPO가 실무적으로 맡은 바를 추진해 가면서 취지에 맞게 잡아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SPO의 업무는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학교와 정보공유가 빨라진 점을 잘 이용하면 이전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용인동부경찰서 허수훈 경장의 인터뷰를 통해, 요즘 학교 현장에서의 변화와 느끼신 점 등을 직접 들어보았다.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조사와 대응이 이전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과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노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노력은 단순히 학교 내에서의 문제 해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더욱 확대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우리의 사회가 더욱 안전하고 건강한 곳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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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인 기자(용인외대부고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