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문맹률은 가장 낮은데 덩달아 문해율도 가장 낮은 기이한 현상을 빚고 있다. 필자는 그 원인을 우리 국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자 교육의 폐지가 부른 어문 정책이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 국어의 특징이 대부분 어휘가 한자어이고 수많은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문 생활을 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한자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병행되어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도구가 한자 사전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자 사전을 찾는 법은 ▲부수색인(部首索引) ▲자음색인(字音索引) ▲총획색인(總畫索引)의 전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세 가지 한자 사전 찾는 방법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다음의 몇 가지 문제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먼저 부수색인은 찾고자 하는 한자의 부수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고, 자음 색인의 경우에는 찾고자 하는 한자의 음(音)을 알아야 한다는 전제하에 활용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총획색인의 경우 먼저 찾고자 하는 한자의 총획수를 정확하게 셀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설령 획수를 정확하게 세어서 찾는다고 하더라도 동일 획수에 해당하는 수많은 한자 중에서 가려낸다는 것은 시간의 허비는 물론이고 큰 인내심을 요구하는 비합리적인 방식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필자는 각 한자의 뜻을 중심으로 <우리말로 쉽게 찾을 수 있는 한자 사전>의 필요성을 절감해 30여 년 전부터 여기저기 메모해 두었던 원고들을 정리하기 시작하였지만, 바다처럼 넓고 넓은 한문 전적(典籍)의 경서(經書)를 전부 찾아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사전 원고 작업은 생각만큼 쉽게 진전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려서부터 한문 서당에서 글을 배우기 시작해 지금까지 한문학자로서 일로매진해 온 덕분에 나름대로 여러 경서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이 포기하지 않도록 지탱해 준 밑거름이 되었다.
이렇게 시작했던 원고 작업을 거의 20년 만인 2011년에 일차 탈고했다. 그러나 선뜻 이 원고를 출판해 주겠다는 출판사를 만나지 못하여 10여 년 동안 보관만 하고 있었는데, 훈민정음 창제 580돌이 되는 2024년 새해를 맞이해 출판 유통의 백년가게, 가나북스에서 출판해 주면서 이 자전이 더 많은 사람에게 활용될 수 있도록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