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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미술 전문가 3인이 송나라 시대 화가 석각의 초대형 화첩을 검증하고 있다. (사진제공 : 다보성갤러리) |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고미술품 전문 전시장 다보성갤러리(회장 김종춘)는 지난 6월 13~14일 중국 송나라 시대 화가 석각(石恪,934~965)의 작품을 포함한 희귀 화첩 등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중국 유물을 공개하고 감정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어서 6월 27에는 또다른 중국 감정 전문가 3인을 초청해 도자ᆞ회화ᆞ공예 등 중국 고대 유물 감정과 그와 관련된 주제 강연 및 감정평가 행사를 가졌다.
이번 행사에 선보인 작품은 한국 고미술업계 원로인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이 40여년 동안 수집한 작품들인데, 이것들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갖고 있다가 광복 후 한국에 넘긴 작품들이 주종을 이룬다. 김 회장은 “그동안 수만여 점에 달하는 중국 유물을 오랫동안 공개하지 않고 소장한 것은, 저희가 보유한 고려시대 활자 ‘증도가자(證道歌字)’가 문화재 지정을 받으면 그 후에 함께 전시하는 대규모 박물관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고미술협회장을 지낸 바 있는 김 회장은 “고미술 분야에서 한국이 자랑할 만한 박물관을 짓는 게 오랜 꿈이었으나, 증도가자의 문화재 지정이 지연되고 있으니 이제 중국 유물을 단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중국의 전문가들에게서 그 가치를 감정 받기 위해서”라고 행사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 中전문가 송나라 석각의 8m 초대형 화첩보고 “희귀한 작품 볼 수 있어 기쁘다”
6월 13~14일 행사에는 천커타오(陈克涛) 상하이 소장협회 상무 부회장, 션지아신(宣家鑫) 상하이 서예가협회 부주석, 우샤오화(吴少华) 중국소장가협회 고문 등 중국의 저명한 감정가 3인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다보성갤러리에서 중국유물의 감정을 진행한 바 있다.
천커타오 부회장은 ‘대명선덕년제 관청화백자운룡문개관(大明宣德年製 款青花云龙纹盖罐)’ 등 송·명·청대의 희귀 도자기 작품 4점을 감정하면서 “우리도 처음 보는 희귀한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기쁘다.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 감정에서 천커타오 부회장은 송나라 휘종 연간에 제작돼 황실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식국 관장유상이유개병 (尚食局 款酱釉象耳有盖瓶)’에 대해 "값을 매기기 어렵지만 일부 작품은 4200만~5250만 위안(약 80억원~100억원)대에 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작품은 사자 모형의 뚜껑이 있고 어깨 양쪽에 코끼리 코 모양의 귀가 붙어 있는 유개병으로 간장색 유약인 장유와 코끼리 코 모양의 귀, 사자 모양 뚜껑 등 화려한 장식이 특징이다.
또한 송나라 시대 화가 석각의 작품이 담긴 가로 826.3Cm, 세로 47Cm의 초대형 화첩에 공개돼 시선이 집중됐다. 이 화첩에는 석각의 그림뿐만 아니라 명나라 시대 유명 인사들의 글과 그림, 석각의 화풍에 대한 해설까지 포함돼 있어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높다. 특히 석각의 작품은 민간에서 볼 수 있는 예가 극히 드물어 그 희소성이 매우 높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 화첩에는 석각의 그림 외에도 송나라 장수인 철수(鐵遂), 명나라의 문신이자 정치가인 이동양(李東陽), 저명한 문학가이자 시인·서예가인 왕치등(王穉登), 서화가 송극(宋克) 등 여러 인물들의 글과 그림이 인감과 함께 실려 있어 그들이 직접 작품을 감상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들의 작품은 석각의 그림과 어우러져 화첩의 역사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는 평가다.
이 화첩에는 석각의 화풍에 대한 상세한 해설도 담겨 있다. 그림의 구도와 배치, 인물 묘사 등 석각 특유의 화풍을 분석하고 있어 석각 작품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화첩에 포함된 다양한 그림들은 옛 그림의 표현 기법과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션지아신 부주석은 “석각은 오대십국(五代十国) 시대에 태어나 송나라 시대에 주로 활동한 화가로, 당시 황제가 설립한 궁중 화원의 부름에도 응하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고집한 인물”이라며 “일반 대중과 어울리며 민간의 정서와 삶의 애환을 그림으로 담아냈으며 대표작으로는 '출유도(出游图)'와 '교유도(郊游图)'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고궁박물관, 대만박물관, 남경박물관, 랴오닝박물관에서 석각의 작품을 봤지만, 민간에서 본 것은 많지 않다”며 “석각의 그림과 명나라 문인 이동양, 송극 등의 발문이 더해져 이 작품은 소장 가치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달 전 일본에서 송나라 북송(北宋)의 4대 서예가 중 한 명인 황정견(黃庭堅)의 작품이 경매에 나와 2억5000 위안(약 473억원) 정도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그는 “송나라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800여 년 전에 존재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작품을 보존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한국의 큰 수집가인 김종춘 회장님의 끊임없는 작품 소장 활동에 경의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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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다보성갤러리 |
▶ 온전한 형태에 제작 연대 추정이 가능해 역사적 가치 커…철저한 검증 후 기획전시 할 것
6월 26~28에는 중국 도자기 감정 권위자인 예페이란(叶佩兰) 베이징 고궁(故宮)박물원 연구위원, 서화 감정 전문가인 유휘(余辉) 고궁박물원 연구원, 고대 옥기(玉器) 권위자인 구팡(古方) 문화예술촉진회 소장문화전문위 주임 등 전문가 3명이 참석해 각자 영역의 연구 동향을 강연하는 한편, 다보성갤러리가 소장한 송나라 석각(石恪)의 그림을 비롯해 △송 상식국 각화 연꽃문 정병 △원 청화 유리홍 봉황문 매병 △명 청화백자 운룡문개관 △청 분채 수도문상이병 등 다보성갤러리 소장 중국 도자기와 서화 등 소장품 70여점을 살펴봤다.
주제강연에서 예페이란 중국 문물학회 감정위원회 위원은 중국의 고대 도자기 감별법에 대해서 발표했고, 유휘 베이징 고궁박물관 연구원은 중국의 화가 제백석(齊白石, 1863~1957)과 장대천(張大千, 1899~1983)의 작품세계에 대해 소개했으며, 구팡 중국 소장가협회 학술연구부 위원은 홍산문화(紅山文化) 옥기(玉器) 감상의 여섯 가지 요소를 발표했다.
다보성갤러리는 제백석의 목공예부터 서화까지 일대기를 집대성한 유물인 '제백석화첩·인장·여의장신구(齐白石画册·印章·如意装身具)' 등 관련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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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 (사진제공 : 다보성갤러리) |
이처럼 다보성갤러리가 줄지어 공개한 유물들은 온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제작 연대 추정이 가능해 역사적 가치가 클 것으로 보인다.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은 "중국 유물을 수집한지 40년이 지났지만 중국의 전문기들을 초청해 감정을 진행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었다"면서 "중국에서도 보기 힘든 유물들이 많다는 평가에 올해도 미공개 유물들을 대상으로 감정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올해 공개한 석각의 작품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고, 두 차례에 걸쳐 중국 전문가들의 감정에 전문 분야 발표 행사를 갖게 되어 더욱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 공개하지 않은 유물이 많으며, 철저한 검증을 통해 많은 분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기획전시를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