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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민정음독후감대회에 단체 응모한 파주 와석초 6학년 5반 학생과 전은경 교사(앞줄 오른쪽 첫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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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훈민정음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하는 훈민정음독후감대회가 올해로 4회를 맞이했다.
이번 4회 대회에도 초등, 중등, 고등, 일반 부문으로 나뉘어 2,000여편의 독후감이 출품됐다. 다양한 계층에서 보낸 소중한 독후감은 심사위원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문체부 장관상 등 수상작이 결정됐다.
그런 가운데, 경기 파주에 있는 와석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5반 13명 학생이 독후감을 제출해 7명이 입상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전은경 교사는 지난 1회 대회때부터 자신이 맡은 반에서 읽기와 쓰기 교육의 일환으로 훈민정음독후감대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올해도 참여해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다.
● 학급 독서교육에 훈민정음독후감대회 접목, 1회 대회부터 매년 참가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와석초등학교(교장 민병기)는 2006년 개교후 2,06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현재는 57학급 1,407명의 학생이 배움의 터전을 이어가고 있다.
전은경 교사는 2021년 1회 대회때 28명이 참가해서 5명 수상했고, 2022년 2회 대회때는 17명 참가해 5명 수상했다. 그리고 2023년 3회 대회때는 22명 참가해 14명이 수상했다. 올해 4회 대회에는 13명이 참가해 경기도지사상을 포함해 7명이 입상했다.
이처럼 전은경 교사가 꾸준하게 독후감대회에 참석하는 이유는 학급 독서교육에 훈민정음독후감대회를 접목시키면서 학생들에게 거두는 효과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 교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초등학교 이전에 어머니들이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읽어주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부모님과 소통하면서 책 읽기에 대해서 좀 긍정적인 가치관을 갖게 된다.
그런데 아이들이 초등학교로 넘어오면서 책읽기가 습관이 되면 책보는 것이 굉장히 낯설지 않고 익숙해 잘 읽고 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머니들이 독서보다 영어 등 다른 여러 학원들을 선행학습시키면서 책을 읽히지 않는다. 그런 학생들은 학교에 왔을 때도 책을 읽지 않는다.
교과서에 나오는 책들은 단행본의 일부만 발췌해서 나온다. 그래서 전체를 잘 모르니까 아이들이 흥미가 없어진다. 전체를 다 읽는 거와 발췌한 부분만 읽는 거는 다르다.
그래서 몇 년전부터 국가에서 책 1권 읽기 사업을 시행을 했다.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한 전은경 교사는 자신만의 독서교육을 준비했다.
● 자유롭게 토론하기 위해 자비들여 학생에게 책사주고 독서지도 시작
매년 6학년 담임만 맡고 있는 전은경 교사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독서지도를 시작했다.
이는 같은 반 학우들이 똑같은 책을 읽고 자신이 느낀 점을 쓰기와 말하기를 통해 밝히고, 다른 생각을 가진 동료의 의견에 대해서 토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함이었다. 그 시작은 책 읽기이다.
이를 위해 전 교사는 2018년부터 아이들에게 매달 한 권 읽기를 권장한다. 도서지정은 전 교사 본인이 자비를 들여서 학생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아이들한테 선생님이 장학금으로 책을 사준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책을 읽은 학생들에게는 장문의 독후감을 쓰라고 한다면 부담스럽게 느낀다. 그래서 전 교사는 학생들에게 챕터별 또는 장별로 기억에 남는 한 문장 적기를 시킨다. 그러면 학생들은 책에 밑줄 치면서 읽었고, 읽은 후에는 손글씨로 자신의 생각을 담는다. 이것이 나의 명언이 될 수 있고, 좌우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전 교사는 학년초에 한 학년동안 읽어야할 책목록을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책의 주제는 비정부기구(NGO), 통일 문제, 환경 문제, 동물권, 빈곤, 평화, 우선순위, 돌봄과 배려, 회복탄력성, 자존감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는 책으로 선정한다. 이외에 6학년에 읽었으면 좋겠다는 책목록도 학생들에게 준다.
전 교사의 지도에 열심히 따라오는 학생들은 1년간 10권의 책을 완독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책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되고 읽기와 쓰기 능력이 동시에 향상된다.
책을 읽고 나서 토론 주제에 맞게 토론 입론서를 준비해 다양한 토론을 하면서 배움의 주체가 되는 경험을 한다. 학생들은 토론을 하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해 가는 기회를 갖추게 된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전 교사의 방침에 따라오지 않는다. 전 교사 학급에 26명의 학생이 있지만 ‘훈민정음 독후감대회’에 참여한 학생은 12명뿐이다. 열심히 따라오는 학생이 있는 반면, 선행 학습하는 학원 과제 등으로 독서토론이 우선순위에 밀려 독후감 등 과제 제출을 못하는 학생이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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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파주 와석초 6학년 임한준, 이예섬 학생 |
●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깊어졌고 선생님 지도 덕분에 글쓰는 방법도 알게 됐다”
독후감대회에 참여한 학생의 소감을 들어보았다. 이들은 6학년 같은 반이며, ‘소설로 읽는 세종실록 속 훈민정음’을 읽고 독후감을 썼다.
먼저 임한준 학생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이 어떤 존재였냐는 질문에 “우리가 지금 고유한 글자인 한글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예전 백성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 세종대왕님의 위대한 업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책을 읽고 나서는 “훈민정음을 소설로 재미있고 개성 있게 표현한 것이 인상 깊었고, 세종대왕님이랑 그리고 집현전 학자님들의 노력까지 깊이 알게 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훈민정음에 대해서는 세종대왕님만의 위대한 업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세종대왕님과 집현전 학자분들이 같이 만든 위대한 업적이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해주어서 참 고마운 책이라고 생각됐다”고 말했다.
이번 6학년 되면서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5학년까지는 감상문이나 글쓰기 등을 안 했지만, 6학년부터는 선생님이 과제를 내주셔서 한달에 한번씩 독후감을 쓰게 된다. 이번에 독후감 활동을 통해 책을 읽을 때도 책의 내용만이 아닌 책에 담긴 진정한 의미도 생각하면서 읽어보고 등장인물들이 전하는 가치와 생각도 잘 생각하면서 읽어보게 됐다.”는 의젓한 소감을 밝혔다.
이예섬 학생은 “책을 읽기 전에는 훈민정음의 대단함을 잘 몰랐고 우리나라에 세종대왕님이 만드신 글이라고만 생각하고 자세한 내용은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어떤 노력으로 만들어졌는지 알게 됐고 훈민정음의 배우기 쉽고 편하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또한 훈민정음이 세종대왕님과 집현전 학자들이 다 같이 만들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까 세종대왕님의 혼자만의 노력으로 만들었다는 걸 다시 알게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한 “평소 논술학원을 다니면서 매달 책 읽고 독후감 쓰기를 한다. 그래서 독후감을 많이 썼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쓰는 형식을 잘 몰랐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독후감 쓰기를 하면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글쓰는 실력이 향상된 것 같았고 제대로 된 독후감 형식을 형식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도 깊어졌고 선생님의 지도 덕분에 글쓰는 방법도 같이 알게 됐다. 앞으로는 고전소설을 더 많이 읽으려고 한다”
전은경 교사는 독후감 쓰기를 지도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학생들이 자신의 언어와 글을 가지게 하기 위함”이라면서, “학생들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언어와 글을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얻은 힘으로 지신을 지키고 누군가를 보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독서, 토론, 다양한 글쓰기 지도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