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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비상초교 재학생 52명 전원이 교정에서 경필쓰기 자격증을 들고 있는 모습 |
충북 청주시 청원군 내수읍에 있는 초정리 약수터는 탄산수가 나오는 우물터로 알려졌다. 세종대왕이 이곳 행궁에서 눈병 치료를 위해 머물렀으며 훈민정음 창제를 마무리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초정행궁에서 약 4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비상초등학교(교장 조승환)에서는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이어받아 ‘함께 꿈꾸고 나누는 비상 온꿈이음교육’을 비전삼아 교직원과 전학생들이 소통하고 협력하여 행복한 학교 만들기를 진행 중에 있다.
최근 비상초교에서는 사단법인훈민정음기념사업회(이하 ‘훈정회’)가 추진하고 있는 ‘훈민정음 경필쓰기’에 전교생 52명이 응모해 전원이 8,7,6급 경필쓰기 자격을 얻으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 1937년 개교이래 4,607명 졸업생 배출한 비상초교
‘훈민정음 경필쓰기’는 연필, 볼펜, 만년필 등 단단한 재료로 만들어진 필기구(硬筆)를 활용해 표음문자인 '훈민정음' 속 단어를 직접 쓰면서, 컴퓨터 키보드와 스마트폰 사용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손글씨에 대한 쓰기 훈련과 올바른 문서 작성을 위해 훈정회가 범국민 운동으로 전개하고 있다.
경필쓰기는 사범, 특급, 1~8급 등 총10개 등급으로 시행하는데, 이번에 비상초 전학년이 획득한 등급은 8급 11명, 7급 8명, 6급 33명 등 총 52명이다.
비상초등학교는 1937년 개교한 이래 76회 졸업식을 통해 4,607명의 졸업생을 배출시켰으며 현재는 지역의 교육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다.
예쁘고 안전하고 깨끗한 교육환경 속에서 6학급 52명의 학생이 있으며, 세대가 함께하는 인문독서여행, 1인 1책 만들기, 훈민정음 경필쓰기, 한글사랑 교육활동 등을 통한 학생 삶의 모든 장면에서 문해력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정보ᆞ과학 분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드론교육), 소프트웨어 교육, 다양한 수학과학분야 대외 출전 및 수상을 하면서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형들이 서로 소통하며 협력하는 교육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비상초등학교는 (온)교육공동체가 행복한 교육, (꿈)독서, 인문소양교육, (이)환경생태교육, 소통교육, (음)진로교육, 체험교육으로 중점 교육활동을 펴고 있다.
● 충북도교육청 ‘한글교육연구학교’로 지정된 비상초교
한편 2024학년도에는 충북교육청 자제 지정 연구학교로 선정돼 2025년까지 한글 온 교육활동을 통한 문해력 키우기를 과제로 추진하게 되었다.
이는 한글 교육이 문자로서의 한글지도를 넘어서 기초 문해력 향상으로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문해력은 학업성취뿐 아니라 업무 능력, 의사소통 능력,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 모두 큰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배움의 즐거움을 일깨우고 한글 해득을 넘어 실제적인 일고 쓰는 능력 형성을 통해 삶 속에서 유의미한 협력적 소통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형성하고자 한다.
운영과제로 (틔움)교육과정 재구성, 학년교육과정 분석 및 교수ᆞ학습 전개, (키움)한글날 및 한글사랑 프로젝트 활동 운영, (피움)세대동행, 지역사회 연계 인문문화예술활동, (나눔)함께하는 한글 나눔 교육활동-교육공동체, 지역사회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 ‘훈민정음 경필쓰기’로 기초 문해력 향상 기초다지기
비상초교에서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혜정 교사는 작년에는 연구부장, 올해에는 교무부장 직책을 수행하면서 ‘한글교육학교’를 기획하고, 그 일환으로 ‘훈민정음 경필쓰기’를 추진했다.
김혜정 교사가 ‘한글교육연구학교’를 기획할 때는 막연했다고 한다. 모두 다 알고 있는 한글을 굳이 연구할 필요가 있을까? 학교의 역할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생겼다.
그런 와중에 떠오른 것이 훈정회였다.
몇해전 훈정회 전 사무총장인 이동주 박사가 학교를 방문했고, 훈민정음해설사도 학교에서 설명회를 하는 등 훈정회의 존재를 알고 있던 김 교사는 훈정회 홈페이지 검색 등을 통해 훈정회가 하는 일을 알게 됐다.
“한글을 아이들이 바르게 썼으면 좋겠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많이 하다 보니 언어도 많이 거칠어지고 줄여쓰면서 이상한 말들을 쓰면서 이렇게 진행이 되다 보면 나중에는 세대 간 소통이 단절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면서 작년 10월에 그래도 더 의미 있게 좀 한번 행사를 추진해보자 해서 10월 한 달간 한글사랑 기념일을 선정하고 학생들에게 훈민정음 서문쓰기, 훈민정음 자모음을 블록으로 만들어 언어블록 만들기 등의 교육 활동을 추진했다.”
이어서 문해력 향상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학생들이 한글 하나하나를 읽는데 한자로 된 언어가 많기 때문에 읽긴 하는데 의미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한글에서 더 나아가서 삶에서 아이들이 문해력을 갖춰서 소통을 할 수 있는 걸로 좀 확장을 위해 한글 온 교육 활동을 통한 문해력 키우기 과제로 연구학교를 충북도교육청에 신청했고 지정받았다.
그리고 첫번째 시행한 것이 ‘훈민정음 경필쓰기’였다. 쓰기를 통해 문해력 교육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서였다.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훈민정음에 대한 설명과 1학기 1~2달 동안 경필쓰기를 해 볼 것이라는 걸 얘기해 주었다. 학생들도 이상하고 신기하다며 관심을 보였다.
학생들에게 경필쓰기를 지도하면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 “2학년의 경우 8급은 교본을 읽으면서 지도하기에 괜찮았지만, 단계가 올라갈수록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교사들도 잘 모르는 것들, 봤을 수도 있지만 지금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지 않은 것을 학생들에게 지도할 때 어려웠다.”고 한다.
김 교사가 처음부터 고민했던 것은 한글교육, 훈민정음, 문해력 이것들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였다. 이를 교육활동으로 아이들이 따라올 수 있게 하고, 결국은 한글이나 훈민정음을 통해서 문해력을 어떻게 확장시킬 것인가를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초반에는 훈민정음 교육이 문해력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들을 했다. 많은 생각과 여러 자료를 찾고 선생님들과 공유하면서 결론은 한글이나 훈민정음이나 우리 문자이고 결국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도구로써 충분히 이용할 만하다는 결론을 얻으면서 바람직한 결과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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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비상초 6학년 박수현, 허온유 학생 |
● “새로운 글자를 보고 쓰면서 한글에 관심 많아졌다” – 전학생 성취감과 자신감 소득
경필쓰기를 체험한 학생에게 몇 가지 물어보았다.
허온유(6학년) 학생은 “평상시 봤던 글씨가 아니라 생소하고 신기했다”면서, 생소한 단어에 대해서는 “단어 바로 옆에 한글로 설명해 주어 이해했다”고 말했다.
박수현(6학년) 학생은 “새로운 글자를 많이 보게 되면서 옛날에 썼던 한글에 관심이 생겼다”면서, “옛날 한글을 조사해보니 현재 한글과 달리 성조를 표시하는게 특이했다. 그래서 여러 자음이 겹쳐 있는 이유를 알게됐다”고 말했다.
이 학생들은 경필쓰기 6급에 만족하지 않고 4급, 3급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경필쓰기를 마치고 전학생이 합격증을 갖게 되면서 성취감과 동시에 좀더 높은 목표를 향한 도전의식을 갖게 됐다. 김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당초 목표였던 문해력 향상이라는 목표를 향해 한걸음 더 나갈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