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성 훈정회 이사장이 편집ᆞ저술한 <우리말로 찾는 정음자전>(이하 ‘정음자전’)이 집필한지 30년, 탈고한지 10년만에 세상에 선보였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정신을 받들어 현대인의 편리한 어문생활에 도움을 줄 정음자전의 집필동기와 특징에 대해서 저자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편집부)
●<우리말로 찾는 정음자전>이라고 정한 이유는?
▶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성, 성장, 소멸하면서 변화하게 되는데, 이것을 언어의 역사성이라고 한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의도는 ‘나라의 말소리가 중국과는 달라 문자(한자)와는 서로 맞지 아니하므로 이런 까닭으로 글을 모르는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능히 펴지 못할 사람이 많으니라 내 이를 위하여, 가엾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노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날마다 씀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라는 어제 서문에 잘 나타나 있듯이 이 서문의 핵심은 한자를 폐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백성이 편리하게 어문생활을 하라는 것이었다.
오늘날 세계 속에서 한국어의 위상을 드높이려면 훈민정음의 창제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국어를 더욱 사랑하고 국어 발전에 참여하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문맹률은 가장 낮은데 덩달아 문해율도 가장 낮은 기이한 현상을 빚고 있다. 그 원인은 우리 국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자 교육의 폐지가 부른 어문 정책이 일조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 국어의 특징이 대부분 어휘가 한자어이고 수많은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인 까닭이다.
다시 말해 어문생활을 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한자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병행되어야 하는데 이때 중요 도구인 한자 자전이고 한자 자전을 찾는 법은 부수색인(部首索引), 자음색인(字音索引), 총획색인(總畫索引)의 전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세 가지 한자 자전 찾는 방법을 자세히 보면 몇 가지 문제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먼저 부수색인은 찾고자 하는 한자의 부수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고, 자음색인의 경우에는 찾고자 하는 한자의 음(音)을 알아야 한다는 전제하에 활용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총획색인의 경우 먼저 찾고자 하는 한자의 총획수를 정확하게 셀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설령 획수를 정확하게 세어서 찾는다고 하더라도 동일 획수에 해당하는 수많은 한자 중에서 가려낸다는 것은 시간의 허비는 물론이고 큰 인내심을 요구하는 비합리적인 방식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말로 찾는 정음자전>이라고 서명을 정했다.
● <정음자전>의 집필 동기는?
▶40여 년 전 한문학원을 운영하면서 어린 학생들에게 한자 자전을 통한 학습법을 지도하던 중, 한자의 부수로 자전을 찾는 「부수색인」이나, 한자의 음으로 찾는 「자음색인」, 찾고자 하는 한자의 총획수를 세어서 찾는 「총획색인」은 한문 공부를 한 사람도 완전히 활용하기 어려운 점에 착안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자전의 필요성을 느끼고 고민하다가 국어사전과 같이 우리말의 어순에 따라서 찾을 수 있는 한자 자전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정음자전>은 언제부터 집필부터 탈고까지 얼마나 걸렸나?
▶앞서 말한 것처럼 각 한자의 뜻을 중심으로 〈우리말로 쉽게 찾을 수 있는 한자 사전〉의 필요성을 절감해 30여 년 전부터 여기저기 메모해 두었던 원고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지만, 바다처럼 넓고 넓은 한문 전적(典籍)의 경서(經書)를 전부 찾아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사전 원고 작업은 생각만큼 쉽게 진전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하게도 어려서부터 한문 서당에서 글을 배우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한문학자로서 일로매진해온 덕분에 나름대로 여러 경서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이 포기하지 않도록 지탱해 준 밑거름이 되었다. 이렇게 시작했던 원고 작업을 거의 20년 만인 2011년에 일차 탈고했다.
●<정음자전>의 원고후 10년이나 지나 출판하게 된 이유는?
▶앞서 진술한 것처럼 20년 만에 탈고한 원고를 선뜻 출판해주겠다는 출판사를 만나지 못해 10여 년 동안 보관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훈민정음 창제 580돌이 되는 2024년 새해를 맞이해 뜻밖에도 출판 유통의 [백년가게], 가나북스에서 출판하겠다고 큰 결단을 해주어 기왕이면 이 자전이 더 많은 사람에게 활용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보완하여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정음자전>의 특징은?
▶우리말로 알고자 하는 한자를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한자마다 여러 가지 뜻이 있는 경우, 모든 뜻을 우리말로도 풀이하여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편집했기 때문에 초학자는 물론이고 시인, 소설가 또는 국어 관련 종사자는 물론이고 특히 서예가들의 수준에도 활용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愛(애)>라는 한자가 명사일 때는 훈음이 ‘사랑 애’이지만 동사일 때는 ‘사랑하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처럼, ‘사랑하다’라는 뜻을 가진 한자를 찾고 싶을 때, 우리말의 가나다순으로 ‘사랑하다’라는 표제어를 찾아보면 같은 뜻의 한자가 무려 23자라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목인법(目印法)으로 편집했다.
●<정음자전>에는 총 몇 자의 한자가 수록되었나?
▶대표 표제자 35,861자의 방대한 한자를 수록했으며, 우리말 표제어마다 정확한 풀이를 곁들여서 국어사전의 역할도 할 수 있도록 편집하면서, 한자마다 최대한 출전과 용례를 「經(경)」, 「史(사)」, 「子(자)」, 「集(집)」을 비롯하여 기타 원전 등 1.193개의 문헌에 수록된 25,537개의 문장을 인용했고, 부록으로는 <우리말로 찾는 한자어> 7,345개를 수록하여 자전 속의 또 다른 <한자어 사전>으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1,193개의 문헌이나 인명 중에서 20회 이상 인용한 115개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정리하여 부록3에 수록함으로써 <동양고전 사전>으로서의 기능도 할 수 있도록 편집했다.
●<정음자전>이 일반적인 도서에 비해서 가격 비싸게 책정된 이유는?
▶ <정음자전>은 정가가 298,000원이다. 출판을 해주신 가나북스 배수현 대표가 비싸게 책정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 내용을 대신한다.
“<정음자전>은 필자의 혼이 30년 세월 속에 오롯이 담긴 작품이다. 이 책이 팔리지 않아도 좋다. 출판사를 40년 넘게 경영해 온 가나북스에서도 이런 명저 한 권쯤을 출판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한다.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책이란 싸다고 많이 팔리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비싸다고 팔리지 않은 것이 아니다. 혼이 담긴 명저는 입소문을 타고서 조용히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면서 아주 오래오래 생명을 갖게 되고, 꼭 필요로 하는 독자들이 구매하기 때문에 귀하게 다루게 된다는 믿음이다.”
그리고 “남북한 함께 쓰는 훈민정음(대한민국은 ‘한글’, 북한은 ‘조선글’이라고 하듯 명칭도 통일되지 않음)이 통일의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 <정음자전>을 구매하고자 하는 독자를 위한 안내
▶ 종로서적, 영풍문고, 교보 문고 등 온·오프라인 등 전국 유명 서점은 물론이고 인터넷에서 누구나 손쉽게 살 수 있다. 대량 주문을 원한다면 가나북스 031-959-8833으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