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도시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세계인이 사랑하는 문화도시 서울의 경쟁력은 한글, 훈민정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세훈 서울 시장은 “언어는 생각을 담는다. 한글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뜻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고, 그 덕분에 우리 문화 콘텐츠들은 세계의 여느 콘텐츠와 구분되는 독창성을 갖게 됐다.”면서 문화 콘텐츠로서 한글과 훈민정음을 강조한다.
오세훈 시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세종대왕의 경천 애민 정신과 훈민정음, 그리고 서울시 시정 운영에 대해 들어 보았다.
■서울시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나요?
2006년, 서울시장으로 취임한 이후 ‘서울다움’을 전 세계에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고민했습니다. 서울시는 도시경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에 더해 서울만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하고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일환으로 도시의 시각적인 말씨에 해당하는 한글 서체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습니다. 서울의 큰 보물인 한강과 남산의 이름을 따서 만든 서울서체(서울한강체, 서울남산체)는 선비 정신의 강직함과 단아한 여백, 한옥 구조의 열림과 기와의 곡선미 등 전통의 아름다움을 현대적 감성으로 담아냈습니다.
그리고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의 눈이 가장 먼저 닿는 곳인 표지판과 도로의 안내판에 적히는 문자의 서체를 통일해서 세계인들이 서울의 인상을 보다 또렷하게 인식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렇듯 한글 창제 555년(2007)만에 서울 고유의 글꼴을 갖게 됨으로써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세계적인 문화도시 서울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국어학자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주시경 선생님은 “말은 사람과 사람의 뜻을 통하는 것”이며,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니 나라마다 그 말에 힘쓰지 아니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서울시는 한글사랑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꾸준히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2009년 광화문광장 최초 조성 당시에 세종대왕 동상을 세우고 훈민정음 창제 이야기를 담은 ‘세종이야기’ 전시관을 만들어 시민들이 훈민정음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광화문광장을 재개장하면서 한글의 창제원리를 담아낸 분수 등을 만들어 한글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시민 여가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 문화 콘텐츠로서 훈민정음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제는 한글가사로 된 노래가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고,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세계적인 시상식에서 상을 휩쓰는 시대가 됐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능력시험 TOPIK을 치르는 지원자 수가 매년 20-30만 명에 이른다고 하니 그 변화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얼마 전에는 프랑스, 호주, 일본, 베트남 등에 이어 홍콩에서도 한국어를 대학입학시험 과목으로 채택하고 최초로 한국어능력시험을 대입시험에 활용한다고 발표하며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세계의 주목도를 또 한 번 입증했습니다.
한글의 힘을 나라 밖에서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2014년 한국국제협력단 중장기 자문단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머물렀을 때 수도 키갈리에서 ‘제1회 한국어 말하기 경연대회’가 열렸습니다. 당시에도 한류열풍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글, 한국어 공부 열풍이 있었지만, 저 멀리 아프리카에서 한글교육을 실시하고 한국어 말하기 경연대회까지 여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말도 글도 다른 지구 반대편에서 만난 청년들의 한글사랑은 아직도 가슴 깊이 남아 있습니다.
한글을 비롯한 우리 문화콘텐츠에 대한 세계인의 사랑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명실공히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로 만들었습니다.
‘서울’이라는 이름이 요즘처럼 세계 곳곳에서 불리고 사랑받은 적은 없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찾고 싶은 관광도시로 서울을 꼽는 외국인들이 많아졌습니다.
음악, 드라마, 영화, 패션, 뷰티, 아트, 식음료 등 분야를 막론하고 서울에서 탄생한 다채로운 문화콘텐츠들은 한류를 넘어 전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서울에 주어진 소중한 기회를 최대한 살려서 서울이 매력과 감성이 살아 있고 '전통·현재·미래'가 공존하는 '세계 5대 문화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 세종대왕의 경천 애민 정신을 서울 시정에 접목할 수 있는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훈민정음의 정신은 ‘약자와의 동행’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는 서울시의 시정운영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훈민정음에는 애민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조선시대, 사농공상으로 나뉘어 계층이동이 불가능하고, 글을 몰라 더 나은 삶을 꿈꾸기 어려웠던 백성들을 안타깝게 여긴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만든 글자로, 사용이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 실용적입니다.
중국과 구분해 우리 고유의 글자를 만들었다는 데에서 자주성을 담고 있으며, 천지인의 정신과 발음기관을 본따 새 문자를 만듦으로써 창조성까지 담아냈습니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반포하는 과정에서 백성들이 새 문자를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창제 원리를 설명하는 설명서를 따로 두고, 보다 빠른 언문사용 정착을 위해 공문서를 언문으로 작성하게 하는 등의 사후 노력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은 서울시민을 위해 만들어지고, 특히 어렵고 소외된 분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서울시는 훈민정음의 애민・실용・자주・창조의 정신을 바탕으로 천만 서울시민이 행복한 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끊어진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해서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도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약자와 동행하는 매력적인 도시, 미래가 더 기대되는 희망찬 도시 서울을 만들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