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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에 우뚝 서 있는 세종대왕 동상. 바로 앞에 기단에 훈민정음 어제 서문이 새겨져 있다. |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있는 광장이다.
2009년 8월 1일 12시 일반 시민에게 개방된 이래 서울 시민들은 물론이고 외국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중심역할을 하는 명소이다.
광장은 6개 구역으로 나누어 조성되어있다. 이 가운데 <한국의 대표광장>이라고 명명된 곳은 세종문화회관 전면부 총 130m 구간으로 세종대왕 동상이 위용을 자랑하며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세종대왕동상에 대해 서울특별시는 광화문광장의 상징이라는 제목으로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민족의 영웅으로서 경복궁에서 즉위하여 승하하신 최초의 임금이었던 세종대왕의 동상. 높이 6.2m, 폭 4.3m 규모로 4.2m 기단(基壇) 위에 좌상 형태로 남쪽을 향해있는 세종대왕 동상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왼손에는 ‘훈민정음 해례본’(페이지는 용자례 - 훈민정음 글자의 사용 예를 정리한 것)을, 오른손은 가볍게 들어 신하들에게 온 백성이 훈민정음을 널리 쓰도록 하라는 대왕의 정신을 표현하였습니다. 기단 바로 앞에는 훈민정음 원문과 해석문이, 동상 전면부에는 세종대왕의 주요 과학 발명품인 해시계, 측우기, 혼천의 모형을, 후면부에는 세종대왕의 업적을 상징하는 기둥 형태의 6개의 열주가 세워져 있습니다.
위와 같이 세종대왕동상 소개 글처럼 ‘기단 바로 앞에는 훈민정음 원문과 해석문이~’다음과 같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이를 어찌하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상징물이고 세종대왕 최고의 업적으로 손꼽히는 훈민정음을 소개하면서 ‘기단 바로 앞에는 훈민정음 원문과 해석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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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단에 새겨진 훈민정음 언해본 서문. 원으로 표시한 부분이 오자. |
새겨져 있는 글은 훈민정음 원문이 아니라 훈민정음 어제 서문의 언해본이라고 해야 맞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무려 아홉 글자나 오자를 새겨놓았으니 부끄러움을 넘어서 이 조형물을 세운 관계 공무원들의 무지함에 필자의 얼굴이 달아오른다.
왜냐면 훈민정음은 해례본과 언해본으로 나뉘는데, 해례본은 1940년 안동의 광산 김씨 긍구당에서 이용준이 찾아낸 책으로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있는 국보를 가리킨다. 이 해례본은 54자의 어제서문과 제자해, 초성해, 중성해, 종성해, 합자해와 용자례 등 다섯 부분 해설과 한가지 사용 예로 본문을 구성하고 있어서 해례본이라고 하므로, 이 돌에 새겨진 내용은 <훈민정음 원문>이 아니고 <훈민정음 어제 서문>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또한, 내용도 한문으로 쓰인 해례본의 어제서문이 아니라 세조 5년에 간행된 초간본 월인석보 권1에 수록된 언해본 어제서문이라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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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도서관에 보관중인 보물 745-1호 월인석보(원간본) 권두본의 훈민정음 언해 어제 서문 |
이것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반포한 해례본은 한문으로 작성되어 있어 한문에 조예가 있는 사람만이 읽을 수 있었으므로 훈민정음 반포(1446년)부터 13년이 지난 1459년 세조가 부왕인 세종 때 만들어진 훈민정음을 백성들에게 좀 더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에서 해례본의 서문과 예의(例義) 부분을 한문에 무지한 사람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완전히 우리말로 언해, 윤문, 번역하고, 훈민정음으로 기록하여 전국에 배포한 책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훈민정음이라 하면 떠올리는 "나랏말싸미 듕귁에달아" 로 시작되는 문장을 원문으로 소개하면서 오자를 지적하고자 한다.
위에서 원으로 표시한 오자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합자해에서 중요하게 다룬 창제원리, 즉, ‘初中終三聲 合而成字(초중종삼성, 합이성자) 첫소리, 가운뎃소리, 끝소리의 3성은 어울려야 글자를 이룬다.’라는 기본 원리에 따라 다음과 같이 9곳의 오자를 지적한다.
민족의 영웅으로서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세종대왕의 동상을 건립하여 민족의 자긍심으로 높이고, 민족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제작하게 되었다는 한국관광공사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글이 진정성을 가지고 누구나 공감하게 하려면, 창제원리마저 무시한 출처 불명의 글을 하루빨리 훈민정음 창제원리에 맞는 정확한 표기법에 맞게 수정하여 대한민국 5천 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일 뿐 아니라, 세계의 문자사에서 최고의 문자로 인정받고 있는 훈민정음이 바르게 계승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박재성
사단법인 훈민정음기념사업회 이사장
훈민정음탑건립조직위원회 상임조직위원장
교육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