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신문〉은 지난 3호(2023.5.30. 발행)「‘훈민정음 언해본’의 표기법을 파괴한 훈민정음 기념비」와 4호(2023.6.27. 발행) 「광화문광장 지상과 지하 모두 오자로 된 부끄러운 훈민정음 이야기」에서 1면 특집으로 ‘훈민정음언해 어제 서문의 오류’에 대해 보도하여 많은 독자로부터 호평과 함께 자성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훈민정음신문〉은 앞으로도 꾸준히 유튜브에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동영상은 물론 서예 작품이나 기념물을 비롯하여 사회 곳곳에서 접할 수 있는 훈민정음의 오류에 관한 사례들을 연재하기로 하였습니다.
이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라고 했듯이 〈훈민정음신문〉이 마치 ‘훈민정음’의 오자나 찾는 신문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염려와 함께, 지적당한 기관이나 개인의 명예와 관련된 문제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신중론과 〈훈민정음신문〉의 역할이 바로 사회 지도층이나 어문 정책을 수립하거나 어문 정책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기관일수록 훈민정음이 바르게 계승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리자는 적극론을 두고 편집위원들이 갑론을박하며 수차례 편집회의를 거듭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위대한 문자 훈민정음에 대한 자긍심만 갖자고 외칠 것이 아니라, 훈민정음에 관하여 바르게 알아야 세계인들을 향해 자랑스럽게 전할 수 있다는 사명감을 우선하기로 하였습니다.
〈훈민정음신문〉은 진심으로 훈민정음과 관련한 문서나 작품, 기념물 등에서 오탈자를 찾을 수 없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그것은 훈민정음이 바르게 쓰이고 있다는 방증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편집 책임 박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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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일 제8대 국립국어원 원장 동영상. 뒷부분 액자에 오류부분(O표시)이 보인다.(사진출처 :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자료>홍보 및 방송 자료>동영상 갈무리) |
<세번째 오류 현장> - 국립국어원 원장실에 걸린 훈민정음 서문
인터넷에서 ‘국립국어원’이라고 검색하면 국내 유명 일간지에 실린 「국립국어원장의 ‘말모이’ 예찬」이라는 제하의 기사와 함께 사진 한 장이 기자의 눈을 멈추게 한다.
누가 봐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훈민정음언해 어제 서문(이하 ‘언해 서문’)> 서예 작품을 양팔을 벌려 한아름 안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인물사진이다.
그 사진의 아래에는 “국립국어원 원장실에는 ‘나랏말싸미’로 시작하는 훈민정음 서문이 걸려 있다. 소강춘 원장은 ‘살아있는 말을 고스란히 채집할 수 있다는 게 조선일보 말모이 100년 운동의 가장 큰 의지이자 장점’이라고 했다.”라고 설명 글이 붙어 있다.
그런데 그 사진 속 ‘언해 서문’ 서예 작품의 오른쪽 두 번째 줄에서 온전하게 보이는 맨 윗글 자 ‘ᄍᆞ’는 ‘ᄍᆞᆼ’를 잘못 쓴 글자이다.
혹자는 그럴 수도 있지 뭘 한 글자 틀린 것을 가지고 호들갑을 떠느냐고 기자를 타박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백번을 양보해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대한민국의 어문 연구를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소속된 한국어 연구 기관이라는 곳의 최고위직 책임자인 원장실에 걸려있는 작품이라는 점이고, ‘ᄍᆞᆼ’는 ‘字’의 한자 음을 삼성법(초성, 중성, 종성 합용법)으로 표기하도록 규정한 훈민정음 창제원리 중 중요한 표기법이다. 더욱이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을 편찬하고 표준어나 맞춤법을 제정하는 기관일 뿐만 아니라, 그곳의 역대 원장은 대한민국 국문학계의 석학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국문학자가 임명되는 자리이다.
사진 속 작품을 쓴 작가에 대해서는 논외라 하더라도, 세계 최고의 문자라고 홍보해야 할 국립국어원장실에 언해 서문의 오자가 있는 작품 액자가 걸려있는 것을 원장들마저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마 우리나라 국어학계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최고 실력의 원장들께서 학창시절부터 골백번은 암기하였을 훈민정음언해 어제 서문을 모를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
다만 국립국어원의 최고 책임자인 원장들께서도 관심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다는 말이 있듯이 역설적으로 훈민정음을 사랑하신다면 관심을 두시라고 청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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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일 원장때와 같은 액자 앞에서의 소강춘 제11대 국립국어원 원장.(사진 출처 : daum) |
위에서 인용한 기사 속 소강춘 원장은 국립국어원 제11대 원장(재임 기간 2018.8.27.~2021.8.26.)이다.
그런데 국립국어원 홈페이지(www.korean.go.kr)의 홍보 및 방송 자료실에는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른다.’라는 제목의 제8대 권재일 원장(재임 기간 2009.4.13.~2012.4.12.)의 1분 5초 분량의 영상과 함께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글로도 게시해 놓았다.
8대 원장 재임 시절부터 11대 원장 재임 때까지만 따져봐도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결같이 원장실 벽면을 오자가 있는 ‘언해 서문’ 액자가 걸려 있었던 셈이다.
지금은 그 액자가 치워져 있기를 기대하면서, 영상의 내용을 소개한다.
주시경 선생께서는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고유한 우리말을 쓰면서 살아왔고 또한 세상에서 으뜸가는 한글을 가진 문화민족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말과 글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사회 각 분야에서 말의 쓰임은 거칠어져 가고 있고 외국어가 필요 없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방송의 오락프로그램에서는 우리말이 뒤틀려 제멋대로 쓰이고 있고, 암어 같은 표현은 인터넷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귀하게 여기고 제대로 가꾸어 지켜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나라가 오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