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에 다음과 같은 두 개의 기록이 보인다.
첫 번째는 <세종실록 102권> 세종 25년(1443) 12월 30일 경술 2번째 조에 "是月上親制諺文二十八字其字倣古篆分爲初中終聲合之然後乃成字凡于文字及本國俚語皆可得而書字雖簡要轉換無窮是謂訓民正音"이라는 기사이고, 두 번째는 <세종실록 113권> 세종 28년(1446) 9월 29일 갑오 4번째 조에 "是月訓民正音成 御製曰國之語音異乎中國與文字不相流通故愚民有所欲言而終不得伸其情者多矣予爲此憫然新制二十八字欲使人人易習便於日用耳~(하략)"이라는 기사이다.
위 두 개의 기사 중 첫 번째 기사는 훈민정음이 창제되었음을 알리는 것이고, 두 번째 기사는 훈민정음이 완성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그래서 이 첫 번째 기사를 근거로 새해 2024년은 훈민정음 창제 580돌이 되는 대단히 뜻깊은 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1443년 12월 30일은 음력이므로 이 날짜를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하면 양력 1444년 1월 28일이 되기 때문에 2024년은 훈민정음 창제 580돌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학계에서는 1443년 12월 30일자 기사는 창제 일자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없을 뿐만 아니라 훈민정음 창제 당시 국가(조선)에서 공식 기록을 남길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기에 세종의 사적인 작업이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나무위키 '한글날' 항목 참조) 때문에 《훈민정음 해례본》이 간행된 것을 공식적으로 퍼뜨리기 시작한 반포일로 정통11년 9월 상한(上澣)을 기준으로 삼아서 한글날을 제정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이 주장도 모순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훈민정음 해례본》의 정인지 서문도 정확한 반포일자를 나타내지 않고 上澣이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즉, 上澣은 上旬과 같은 의미로 매월 1일부터 10일까지를 이르는 말이므로 10일간 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생긴다는 점이다.
또한 이 두 개의 기사에서 눈여겨 볼 한자가 있다. 바로 첫 번째 기사에서 '上親制'의 '制'와 두 번째 기사에서 '御製曰'의 '製'자이다. 왜냐하면 '制'와 '製'는 모두 '짓는다'는 새김을 갖는 한자이지만, 制는 '무성한 나뭇가지를 다듬는 모습을 표현한 글자로, 나무의 가지를 치는 것은 모양을 다듬거나 형태를 유지한다는 의미에서 '절제하다', '억제하다'라는 뜻이 확대되어 '법도'나 '규정'이라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는 글자이므로 '上親制'라고 기록한 것은 1443년 12월 이전 당시까지 한자로 문자 생활을 해오던 조선에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창제한 이 문자를 '훈민정음'이라고 하였다. 이 것은 조선의 새로운 문자를 제정한 것을 대내외에 천명한 유사이래 가장 위대한 일대 사건이지 결코 세종의 사적인 작업 정도로 폄훼할 일이 결코 아니다.
그리고 製는 '본래 옷을 만드는 과정을 표현한 글자로 '짓다', '만들다'라는 뜻이 확대되어 '필요한 제품을 제작한다'라는 의미로 쓰이는 글자이므로 1446년 9월 29일 기사에서 '御製曰'이라고 기록한 것은 새로운 문자 훈민정음의 해설과 사용법을 담은 이른바 제품의 사용설명서가 되는 일명 《훈민정음 해례본》이 완성되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사람도 출생을 하여야 출생신고를 할 수 있기에 출생신고일 보다는 생일을 더 중요시하여 기념하는 것이다.
세종대왕께서 1443년 12월 이달에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우매한 백성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서 이를 딱하게 여기어 새로 28字를 만들었으니[制], 사람들로 하여금 쉬 익히어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할 뿐이다."라고 창제 동기를 밝히시고, 정인지,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강희안, 이개, 이선로 등 집현전 8학사에게 새로운 문자 훈민정음을 더욱 더 보완하고 연구하도록 명하여서 자세한 해설과 사용법 등 이론적으로도 완성되었으므로 1446년 9월 이달에 출생신고(반포)를 하셨던 것이다.
그래서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문자 훈민정음의 우수성과 참된 가치를 만방에 알리고 영원무궁 알리기 위해서는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사실을 기록한 세종실록 1443년 12월 30일 음력을 양력인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한 1444년 1월 28일을 기준으로 훈민정음 창제 580돌을 기념하는 마음으로 2024년 새해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만약 누군가 이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1443년 12월 30일자 기사 중 '是月~' 즉, '이 달~'이라고 되어 있어서 정확한 창제일이 아니라고 주장할지라도 이때의 是月은 음력 12월 1일부터 12월 30일까지 해당되므로 그 중간날짜로 음력 1443년 12월 15일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1444년 1월 13일이 되므로 2024년은 훈민정음 창제 580돌이 되는 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 혹자가 1443년이나 1444년은 그레고리력이 제정된 1582년보다 이전이기 때문에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한 날짜는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율리우스력(Julian calender)은 고대 로마 공화국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기원전 46년 제정하여 기원전 45년부터 시행한 역법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쓰인 태양력이다. 로마가 쇠퇴한 이후에도 유럽각국의 표준 역법으로 사용되다가 율리우스력의 오차를 수정한 그레고리력이 제정된 후 수백년에 걸쳐 점차 사장되었다. 이후 교황 그레고리오 13세의 이름에서 유래한 그레고리력은 1582년에 제정하여 실행된 후 지금까지 세계 표준으로 사용하는 역법일 뿐만 아니라 2017년 10월 24일 <법률 제14906호>로 공포된 [대한민국 천문법] 제5조 "천문 역법을 통하여 계산되는 날짜는 양력인 그레고리력을 기준으로 하되, 음력을 병행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환산하여도 분명 2014년 새해는 위대한 문자 훈민정음 창제 580돌이 되는 해이다.
사족이지만 다른 나라 특히 중국이나 일본은 한 해라도 더하여 오래된 역사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없는 사건도 사실이라고 억지 주장을 하는데 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문자로 인정받는 훈민정음을 창제일을 기준하지 않고 반포일을 기준으로 삼아서 577돌이라고 깎아 내리려 하는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교육학 박사
(사)훈민정음기념사업회 이사장
박재성